큰 길보다는 골목길을 좋아하는 에디터 zoon이다. 필자처럼 골목길이 주는 무드를 좋아하는 분이 있는지? 혹시 아니라면 이번 편을 읽고 그 매력에 잠시라도 빠져보길 바란다. ​

조금 돌아가더라도 큰 길보단 골목길을 선택한다. ‘어차피 길은 이어져있어’라는 말을 달고 살지만 종종 막다른 길을 만나기도. 한눈에 시야가 확보되는 큰길과 다르게, 코너에 다다라야만 다음 공간을 만날 수 있는 골목길. 예상 못 한 다음 장면을 만나는 재미가 골목길을 찾게 만든다. 시끄럽게 휘몰아치는 차 소리, 경적소리가 아닌 소소한 사람 사는 소리와 아늑함은 덤.

오늘은 골목길 투어 편. 골목길을 다니다 만난 예상치 못한 곳들. 숨겨져 있기에 더 소중한 세 곳을 소개한다.

1. 낫저스트북스

서울 낫저스트북스

성수동 새촌마을 한 골목에 위치한 이곳. 그전에 잠깐, 새촌마을 이름이 너무 이쁘지 않나? 새촌마을은 성수동 핫플이라 불리는 성수동 카페거리 부근, 혹은 서울숲 부근에서 그리 멀지 않지만 그곳들에 비하면 아주 한적한 성수동에 위치한 한 마을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새로운 개량한옥촌을 만들기 위해 ‘새촌’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한번 빌라촌으로 개발되어 한옥은 남아있지 않다. 오래된 붉은 벽돌 빌라들만 즐비할 뿐.

서울 낫저스트북스

90년대 건축양식으로 개발되어 대체로 비슷한 모양의 빌라촌이 형성됐다. 겉모양은 비슷하지만, 안팎으로 브랜드 색깔을 살린 상점들이 하나 둘 생기고 있다. 오래됨과 새것의 조화와 자신들의 개성 모두를 담아냈다. 낫저스트북스도 오래됨을 자신들의 것으로 바꾼 상점 중 하나.

서울 낫저스트북스

주위에 흔한 카페나 음식점 하나 없이 빌라촌 골목 사이에 위치해 있다. 서점이란 말보단 동네 책방이란 이름이 더 잘 붙는다. 제주도에나 있을법한 무드를 보여주는 이곳. 겉에서만 봐도 사고 싶은 게 가득할 거 같은 그런 무드 말이다. 아무렇지 않게 놓여 러프한 듯 정돈된 모습이 아주 마음에 든다.

서울 낫저스트북스

낫저스트북스에선 헌책, 독립출판물, 새 책을 만날 수 있다.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있지 않고 다양한 출판물을 다루고 있는데, 주인께서 취향과 관심사에 맞게 셀렉한 책들이라고. 이런 점이 책방을 찾게 만드는 이유 같기도 하다.​

어느 곳에서 나 볼 수 있는 베스트셀러나 상업 출판물이 아닌 개인의 취향으로 큐레이팅 된 책과 물건. 이게 바로 동네 책방이 보여줄 수 있는 개성이고 매력이지 않을까?

서울 낫저스트북스

‘책 사진을 찍지 마세요. 구매하지 않은 책의 촬영은 작가와 출판사의 저작권을 침해합니다.’라는 문구 덕분에 책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있었다. ‘덕분’이라 표현한 건 무심코 했을 행동을 아주 깔끔한 설명으로 적절하게 가르쳐줬기 때문.​

아주 단순한 문제지만 이곳 주인께서 출판물과 그와 관련된 것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보인다. 덕분에 ‘못’찍은 게 아닌 ‘안’찍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물론 책 사진이 없어 아쉬울 수 있겠지만, 계산대만으로도 이곳 감성을 충분히 보여주니 더 궁금하다면 꼭 직접 방문해 보길 권한다.

– 이용시간 : 매일 13:00-21:00 (목요일 휴무)
– 주소 :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1길 10-1 1층
– 문의 : 070-4112-2016​

2. 레벨 커피바

서울 레벨커피바

시간을 내서 가고 싶은 곳을 서칭해서 저장하는 편이다. 지금 소개할 곳 역시 저장된 곳 중 하나였지만, 저장한지 한참 후에야 방문하게 됐다.​

네비만 따라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적잖이 당황했다. 크지 않은 골목길에 그렇지 못한 빨간 벽돌 건물은 웅장함 마저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의외에 장소에서 만난 의외에 공간 레벨 커피바를 소개한다.

서울 레벨커피바

지극히 평범한 주거촌 사이 붉은 벽돌 건물이 눈에 띄게 자리를 잡고 있다. 탁하고 진한 갈색 벽돌색이 아닌, 유럽 거리에서 볼법한 쨍한 붉은빛 벽돌 건물은 시선을 사로잡는다. 건물 자체가 포토존이 될 만큼 외관이 아름답다.

큰 공간 덕후에겐 건물 전체가 카페였으면 좋았겠지만, 레벨 커피바는 건축사무소와 다양한 오피스가 함께하고 있는 건물 1층 한편에 작게 자리 잡고 있다.

서울 레벨커피바

건물 밖에선 카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주차공간을 질러 걸어가 한쪽 모퉁이까지 들어가야 레벨 커비바를 만날 수 있다. 어두운 주차공간 사이 비밀스럽기까지 한 공간이 안락함과 특별함을 더한다.

서울 레벨커피바

건물 뒤편으로 건물과 벽 사이, 작은 테라스가 마련되어 있다. 건물과 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외부와 분리된 테라스 공간은 도심 속 또 다른 여유의 무드를 선사한다.

서울 레벨커피바

전체적인 면적은 넓지 않지만 수직의 미학으로 공간을 잘 풀어냈다. 두 개의 층을 사용하고 있는데, 2층 전체를 한 층으로 사용했다면 보다 넓은 면적을 사용할 수 있었겠지만, 스킵플로어로 반 정도의 면적만 사용하고 있다.​

높은 층고를 1층에서도 볼 수 있으며, 2층에서도 공간 전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자칫 좁게 느껴질 수 있는 공간에 답답함을 덜어내고 개방감을 더했다.

서울 레벨커피바

다소 어둡다 느껴질 수 있을만한 낮은 조도로 조명을 사용했다. 이는 우드의 인테리어와 만나 분위기에 무게감을 더한다. 1층과 2층 사이 배치된 스피커 사이로 나오는 LP 음악은 이곳의 차분한 무드와 조화를 이룬다.​

콘빠냐, 한라봉 에이드, 직접 만든 디저트도 공간만큼이나 만족스러우니 눈과 귀 그리고 입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

– 이용시간 : 월-목 12:00-19:00 (금-일 종료시간 22:00)
– 주소 : 서울 성동구 무학로6길 22 1층
– 문의 : 02-6407-7770​

3. 니드스윗

서울 니드스윗

성수동을 여전히 너무 좋아하지만 예전 같지는 않다. 요즘 주말에 성수동을 가면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아서 사람에 치여 지칠 지경. 한적하고 여유로웠던 성수동을 사랑했는데 이젠 어딜 가도 웨이팅을 해야 되는, 말 그대로 핫플이 돼버린 게 다소 슬프다.

나와 같이 한적한 성수 바이브를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지금 소개할 이곳으로 위로의 말을 대신한다.

서울 니드스윗

필자가 얼마 전부터 푹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뚝섬역 뒷골목. 상점 포화인 성수 메인거리와 다르게 이제야 맛집과 카페가 하나 둘 들어서고 있지만, 그래서인지 아직까지는 북적거림이 없다.​

필자가 좋아했던 여유 가득한 성수 느낌을 아직은 갖고 있는 듯하다. 이 골목 사이 달콤한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니드스윗을 소개한다.

서울 니드스윗

북유럽풍 인테리어가 유행인 건 다들 알 거다, 이곳 역시 북유럽 인테리어인데, 빈티지한 북유럽풍 인테리어로 유럽 시골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뭐랄까 플란다스의 개, 빨간머리앤에 나올법한 푸근한 시골 가정집 느낌이랄까? 디지털보다는 투박한 아날로그가 잘 어울리는 그런 곳이다.

서울 니드스윗

오래된 것 같이 에이징 된 가구들로 내부를 채웠고, 포스터와 소품들이 빈티지한 정취를 더한다. 디저트 쇼케이스도 나무로 됐거나 핸드드립을 선보였다면 컨셉에 더 완벽했겠지만, 그건 또 내 욕심이니 패스.​

더위가 조금 꺾이면 테라스 자리로 나가는 걸 강추한다. 커다란 노란색 문과 나무의자, 한적한 골목길로 지나는 사람들까지 휴식에 더할 나위 없는 조합이니 말이다.

서울 니드스윗

유럽의 시골을 가본적 없지만, 상상해 보면 그려지는 장면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직접 그라인더로 갈아 내린 커피와 따각거리는 커피 잔소리. 빈티지한 접시에 내오는 파이는 포인트. 전제는 굉장히 아날로그스러워야 한다는 것.

서울 니드스윗

아날로그 한 것만 빼면 니드스윗은 그 장면을 훌륭하게 재연해 준다. 귀여운 커피잔에 내린 커피와 투박한 접시에 담긴 파이까지. 유명세답게 디저트는 맛이 좋다. 파이를 좋아하지 않는데도 바삭한 시트 위에 올라간 부드러운 크림이 포크를 놓지 못하게 한다.

향긋한 커피를 더한다면 크으.. 더 말 안 해도 다 알 거라 믿는다. 오래된 나무 테이블 위에서 누리는 티타임은 아마 누구여도 만족스러울 테니, 달콤한 시간이 필요하다면 니드스윗으로!

– 이용시간 : 매일 12:00-22:00
– 주소 :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1길 9
– 문의 : 010-8484-7846


앞이 보이지 않는 일에 마주했다면, 아직 골목길을 못 지났을 뿐. 좁은 골목길을 지나 만난 다음 장면엔 예상치 못한 드넓은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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