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BPA FREE 기능까지 갖춘 마트의 그릇보다 누가 얼마만큼 썼는지도 모르게 칠이 벗겨진 접시가 더 사랑받는다. 명확한 문장으로 그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쓰다듬을수록 빛을 발하는 것들이 있다. 오래 손을 타 선명히 때가 묻은 자국도 나름의 가치를 가지는 것들.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올드가 아닌 빈티지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오래된 흔적 자체로 매력적인 동네. 누군가의 손때가 묻어 오히려 좋은 동인천의 공간들을 소개한다.

동인천 카페, 소품샵, 맛집
올드가 아닌 빈티지라는 이름으로

1. 바브드묘

동인천 바브드묘

누구도 어린아이의 것이라고 정해 놓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몸이 자라면서 ‘인형을 좋아해요’같은 말을 당당히 하는 게 망설여졌다. 하지만 다 큰 어른인 나는 여전히 알록달록하고 작은 것들을 보면 마음이 폭신해진다.

동인천 바브드묘 동인천 바브드묘

‘바브드 묘’는 인형의 집을 닮았다.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1층과 좀 더 안락한 분위기의 2층으로 나누어져 있다. 서로 다른 색감과 모양의 테이블을 고르는 것도 이곳의 매력 중 하나. 구석구석 놓인 빈티지한 인형들과 엘피 판, 얼마나 오래된 건지도 모를 그릇과 책들을 찬찬히 그리고 오래 눈에 담고 감탄했다.

동인천 바브드묘

인형들이 살아 움직일 것만 같은 이곳의 정체는 파이를 굽는 가게이다. 시그니처인 호박 파이와 제철 재료를 넣어 만든 ​계절 한정 파이를 판매한다. 무더운 여름에는 초당 옥수수를 사용한 옥수수 크림 파이를 만나볼 수 있다. 다만 반짝하는 시즌에만 만나볼 수 있기에 금세 품절되는 편이니 원한다면 약간의 부지런을 떨어야 할 것. (사실 방문한 당일에도 옥수수 크림 파이를 찾아왔지만 눈앞에 놓인 한 조각을 앞팀에게 빼앗겼다는 슬픈 후문)

동인천 바브드묘

2층 구석에 자리를 잡고 시그니처인 펌킨 파이와 자두 에이드를 주문했다. 단호박을 달게 요리해 만든 속은 부드러웠고 고소한 파이지와 잘 어울렸다. 함께 올라간 크림 역시 느끼하지 않고 깔끔한 단맛을 자랑한다. 자칫 담백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는 파이에 조금 더 디저트스러운 매력을 더한다. 제철을 맞아 직접 담근 자두청을 사용한 에이드에도 여름이 한가득이었다. 상큼함과 달콤함의 비율이 적절했던 음료. 탄산이 싫다면 아이스티로도 만나볼 수 있으니 참고할 것.

천천히 바브드묘의 공간을 느끼며 시간을 보낼수록 가게가 가진 독보적인 매력이 진하게 느껴졌다. 무더운 여름, 계절을 느낄 수 있는 디저트와 동화 같은 오후를 보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 운영시간 :
화~일  12:00 – 20:00
*월요일 휴무

2. 다다상점

동인천 다다상점

작고 귀여운 것들을 위해서라면 통장 잔고의 사정도 잊어버리는 사람의 원룸에는 오로지 ‘장식’만을 위한 공간이 있다. 피너츠의 피규어와 오르골 그리고 몇 장의 시디를 모아 놓은 곳. 어쩌면 자취생에게 조금은 사치스러운 공간이다. 자고로 자취생이란 실용, 활용과 같은 단어와 뗄 수 없는 사람들이니. 그럼에도 가장 나다운 공간에서 취향을 위한 자리를 내어주는 일은 그것대로 의미가 깊다.

동인천 다다상점

다다상점은 동인천 배다리 마을에 위치한 빈티지 소품 가게이다. 사장님의 취향으로 고른 색색깔의 원피스, 그릇, 양말, 액세서리 등 다양한 빈티지 상품이 가게 곳곳에서 또 한 번의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오크 색상의 커다란 그릇장. 층층이 다양한 식기류와 컵, 화병이 진열돼 있다. 앞에 자리한 큰 테이블과 모자이크 타일로 된 벽면 때문이었던 걸까. 해가 잘 드는 가정집 주방에 초대된 기분이었다. 당장이라도 누군가 맛 좋은 샐러드와 파스타를 내올 것 같은 느낌.

동인천 다다상점

반투명한 매력이 돋보이는 밀크 글라스 소재의 컵부터 20년도 넘게 지난 디자인의 식기까지. 오랜 세월을 품고 있는 상품인 만큼 같은 디자인이더라도 프린팅의 상태, 긁힘 정도가 모두 제각각이라 더욱 매력적이다.

동인천 다다상점

정해진 물량에 비해 수요가 많다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어쩔 수 없이 빈티지 숍에서는 생각보다 높은 가격에 놀라 조용히 물건을 내려놓는 일이 잦았다. 그래서인지 매장 곳곳 숨어있는 할인 상품과 코너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었던 곳. 당분간은 여름 액세서리를 할인하고 있으니 방문하게 된다면 눈여겨보자.

그날도 어김없이 참새는 방앗간을 그냥 지나지 못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요구르트 볼과 시럽 잔이 손에 들려있었던 것. 작은 것들이라고 그들이 갖는 의미까지 작은 건 아니구나. 유치한 자기변호일지도 모르겠지만 작고 귀여운 동시, 세상에 몇 개 없는 것들은 언제나 옳으니까.

– 운영시간 :
월~토  12:00 – 17:00 (인스타그램 공지)
*일요일 휴무

3. 보름달밤

동인천 보름달밤

청개구리 심보가 발동하는 날이 있다. 만두나 닭강정이 유명한 동네를 방문하면 이상하게 이탈리아 음식을 찾게 되는 그런 날. 보름달 밤은 그 상호처럼 달이 뜨는 시간에 방문하면 더 좋을 동인천의 양식당이다. 골드, 실버 등 광택감이 돋보이는 컬러와 짙은 호두나무 색상의 가구로 채워진 공간은 낮엔 브런치 식당으로, 저녁에는 와인바로도 운영된다.

동인천 보름달밤

입구에서부터 앤티크 무드가 느껴지는 식당은 영화 ‘작은 아씨들’을 떠오르게 한다. 작품 속 온 가족이 둘러앉아 재잘거리는 소리로 가득 채우던 정겨운 식탁이 말이다. 정말 그 장면을 염두에 두고 공간을 꾸리기라도 한 것처럼 식당의 한편에는 식구가 여럿인 가족이 와서 앉아도 좋을 만큼 긴 테이블이 마련돼있다. 환한 달빛 아래 포근한 밤이 생각날 만큼 매장 곳곳에 놓인 따뜻한 조명 역시 보름달 밤이라는 이름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동인천 보름달밤

식사 메뉴로는 파스타와 샐러드 그리고 도리아를 만나볼 수 있으며 저녁에는 와인에 곁들이기 좋은 치즈 플레이트까지 준비돼있다. 점심에 방문한 나는 한 가지 종류로만 준비되는 도리아가 궁금했다. 크림소스 도리아에 구운 닭 다리 살이 올라가는 메뉴. 도리아는 어린 시절 가족들과 이탈리아 식당에 방문하면 꼭 찾던 단골 메뉴였다. 기대하는 마음을 안고 맛보았던 이곳의 도리아는 포크로 떠먹어도 괜찮을 만큼 꾸덕꾸덕하다. 또한 전체적으로 자극적인 맛은 줄이고 새송이, 파프리카, 양파 등 신선한 야채 토핑을 가득 느낄 수 있어 아이들에게도 좋다.

홀로 이곳저곳 누비는 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곳에서 식사를 하는 동안은 자꾸만 함께 오고 싶은 얼굴들이 생각났다. 동그란 달과 밤이 떠올라 그랬던 걸까. 보다 포근한 저녁에 깊어지는 여름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과 방문해보는 것도 좋겠다.

– 운영시간 :
월~토 11:30 – 22:00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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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깊어질 때면 타케우치 마리야의 ‘Plastic love’라는 곡을 습관처럼 찾아 듣는다. 태어나기도 한참 전에 발매된 곡을 들으며 감상에 젖는 기분은 묘하면서도 안정적이다. 그러니까 마음을 움직이는 것들은 그들이 난 시기와는 여러모로 별개의 일인 듯하다. 의외로 어떤 의문에 대한 정답은 이해할 수 없도록 아득한 세월을 간직한 것들에서 쉽게 발견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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