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보단 커피가 좋은 에디터 Z다. 필자의 이전 글을 봤다면 알겠지만, 술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탓에 알콜과 그리 친하지 않다.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고, 어른이 되면 소주가 달아진다는 말을 들은 지 어언 10여 년. 여전히 술이 달다는 말엔 공감하지 못하겠다. 나이가 들면서 씁쓸한 커피를 찾게 되는 것처럼 자연스레 달아질 줄 알았던 건 착각이었는지, 아님 아직 어른이 덜 된 건지 여전히 풀지 못하는 미스터리다.
그럼에도 이번 편만큼은 ‘better than coffee’를 외쳐본다. 증류주와는 여전히 어색한 사이지만, 요즘 들어 가벼운 와인이나 맛있는 맥주를 곁들이는 캐주얼한 술자리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어쩌면 술보다 분위기에 취하는 걸지도.
이번 편은 추운 겨울 따뜻한 연말을 보내길 바라며 준비했다. 맛있는 술을 곁들인 캐주얼한 서울 연말모임 장소 3곳을 소개한다.
서울 연말모임 장소 BEST 3
가벼운 술을 곁들여 보내는 따뜻한 연말
1. 폴리스 광화문D타워점
디타워에 매력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간에서부터 시작된다. 테라스는 본디 외부에 배치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디타워 리플레이스는 내부에 테라스를 배치했다. 건물 내부에 있음에도 외부에 있는 듯 시원한 개방감을 준다. 나눠진 층을 보면 한 번 더 감탄할 지도.
긴 에스컬레이터를 중심으로, 계단식으로 층을 구분했다. 공간 활용으로는 효율이 떨어지지만, 파격적인 공간구성은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아래에서 위로 올려보면 한눈에 4층까지 막힘없이 시야가 확보된다. 마치 몽상가들의 건물 같기도 하다.
추운 겨울엔 한 건물 안에서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세트메뉴 같은 곳이 좋다. 디타워에는 많은 음식점, 카페, 펍, 리테일 샵이 입점돼 있다. 많고 많은 음식점 중 택한 건 폴리스 피자. 전체적으로 탁 트인 공간에 적색 벽돌과 어두운 우드톤 인테리어가 어우러져 세련되고 이국적인 펍 느낌을 물씬 풍긴다.
피자의 본고장은 이탈리아지만, 제2의 피자국을 말한다면 미국을 빼놓을 수 없겠다. 미국 피자는 넓은 땅덩어리의 영향으로 각 지역마다 특색과 형태가 모두 다르다. 피자 도우가 얇고 담백한 이탈리아 피자와 다르게, 미국식 피자는 보다 두툼한 도우에 토핑과 치즈를 듬뿍 얹은 맥시멀한 맛이 특징이다.
폴리스는 정통 뉴욕피자를 고수한다. 뉴욕피자는 해비한 시카고 피자나 타지역 피자와 다르게 비교적 얇은 도우와 토마토소스, 치즈를 소량 얹어 담백하게 구워낸다. 이탈리아와 미국 피자의 특징을 적절히 조화시켰다 할 수 있겠다.
이탈리아 피자가 주를 이루고 있는 한국 피자 시장에서 정통 뉴욕식 피자를 선보인다는 건 폴리스만의 특별함을 더한다. 현지에서 직수입한 재료들을 사용하며, 현지 레시피로 만들어내는 정성과 노력이 입안 가득 뉴욕의 맛으로 채워주니.
폴리스는 훌륭한 핏제리아인 동시에 다양한 수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펍이기도 하다. 버드와이저, 클라우드, 라거, 스타우트, IPA 등 10여 종의 다양한 수제 맥주를 선보이고 있으니 맛있는 맥주를 골라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풍기는 연말 분위기에 더 빨리 취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 운영시간 : 매일 11:30 – 21:30
– 주소 : 서울 종로구 종로3길 17 D타워
– 문의 : 02-2251-8200
2. 유어네이키드치즈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이곳은 치즈를 전문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치즈 편의점 같은 곳이다. 그로서리마켓이자 와인바, 그리고 치즈 쇼룸인 ‘유어네이키드치즈’를 소개한다.
매장에 들어서면 길게 늘어선 테이블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긴 직사각형 구조의 내부 중앙을 큰 테이블 하나로 채웠다. 테이블 중간중간 와인을 칠링 할 수 있도록 구멍을 뚫어놓은 점은 포인트 중 하나.
오픈 키친에 다소 맥시멀한 느낌이 있지만 난잡하거나 지저분하지 않다. 원색의 오브제들을 조화롭게 사용해 곳곳을 미드 센추리 모던 인테리어로 채웠다. 빛도 감각적으로 사용했다. 은은한 조명들을 잘 배치해 놓은 건 물론, 냉장고의 빛까지 트렌디한 무드로 잘 녹여냈다.
치즈를 빼놓곤 이곳을 얘기할 수 없다. 비교적 호불호가 덜한 부라타, 마스카포네, 고다부터 매니아들에게 사랑받는 페타, 푸름당베르, 블루치즈까지. 수십 가지의 다양한 치즈 종류를 판매하고 있다.
초보자부터 고수까지 취향에 맞는 치즈를 찾을 수 있도록 난이도별로 추천해 주거나 가게에서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즉석에서 잘라주는 등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정성스러운 큐레이팅은 이곳이 치즈에 진심인 걸 금방 알게 해준다.
이곳은 훌륭한 내추럴 와인바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바의 모습은 어두운 조명에 조용한 밤 분위기가 연상되곤 하는데, 이곳은 밝고 화사한 분위기로 캐주얼한 와인 문화를 즐길 수 있다.
높은 천장에 벽을 가득 채운 와인병에는 와인의 특징을 담은 택이 붙어있다. 와인을 잘 몰라도 누구나 쉽게 원하는 와인을 고를 수 있다. 그래도 모르겠다면 직원분께서 친절히 추천해 주실 테니 좋은 와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보자.
치즈 전문점답게 치즈를 사용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단호박 수프를 좋아해 주문했지만, 이렇게까지 와인과 잘 어울린다고? 다른 메인요리에게 미안하지만 단연 베스트였다. 중간중간 씹히는 쫄깃한 무언가는 호박죽에 옹심이 같지만, 쫄깃한 치즈 덩어리다. 크리미한 단호박 수프 사이에서 치즈가 담백하게 자기주장하는 맛이 감탄스럽다.
메인요리로는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다소 평범함이 아쉬웠지만, 함께 녹여 얹어주는 치즈가 그 아쉬움마저 풍미로 덮어버린다. 결론은 기분 좋은 식사가 됐다는 말. 와인과 맛있는 음식과 함께 더할 나위 없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 운영시간 : 매일 12:00 – 00:00
– 주소 :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10길 6 ,1층
– 문의 : 0507-1347-0166
3. 아로
한적한 거리를 걷다 골목골목 만나는 좋은 상점과 맛집이 망원동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만드는 매력인 것 같다. 작년 11월, 망원동스러운 맛집이 오픈했다.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따끈따끈한 캐주얼 다이닝 ‘아로’가 그 주인공.
아로의 첫인상은 따뜻했다. 크지 않은 내부를 화이트와 우드톤을 사용해 따스함을 더했고, 사이사이 들어오는 햇빛은 내부를 은은하게 채운다.
아담한 공간을 심플하면서도 감각적인 곳으로 만들어 냈다. 조명, 의자, 스피커, 테이블 등 어느 오브제든 억지스럽지 않게 공간에 녹아들어 있다. 멋스러운 인테리어만큼이나 음식에 대한 자부심도 보인다. 대표 메뉴인 뇨끼와 스테이크에서 그 자부심을 금방 알아볼 수 있다.
이곳의 뇨끼는 여태껏 먹어본 것 중에 가장 맛있었다. 한국 입맛을 저격한 겉바속촉 뇨끼 한 덩이에 부드러운 단호박 크림소스를 곁들여 먹으면 그 풍미는 말할 수 없는 행복을 안겨준다.
두툼하게 썬 아로의 채끝 스테이크는 고기 자체의 시즈닝과 적당한 굽기로 훌륭한 맛을 선사한다. 가니쉬로 나온 포슬포슬한 감자를 곁들이니 맛의 재미와 행복을 한층 더해준다.
다양한 내추럴 와인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아로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와인을 잘 몰라도 된다. 취향을 말하면 주문한 음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을 소개해 주니 그저 즐기면 된다. 스윗로제, 일레븐미닛, 스킨컨택트, 퍼셉션 등 맛있는 식사와 함께 하기 좋은 내추럴 와인들을 선보이고 있으니 기분 좋은 알콜을 곁들여 보는 것도 좋겠다.
– 운영시간 : 매일 12:00 – 21:00 (break time 15:00-17:00)
– 주소 : 서울 마포구 동교로8길 39 1층
– 문의 : 02-323-5571
한 것도 없이 벌써 12월인 게 믿기지가 않다. 빠르게 지나는 시간은 아쉽지만, 아름다운 연말 분위기가 설레는 건 또 어쩔 수 없나 보다. 좋은 사람과 좋은 공간에서 한 해를 마무리해 보는 건 어떨지. 추운 겨울이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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