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서울 전시회
에릭요한슨 사진전, 어딘가 환기가 필요하다면

6학년 언니들이 세상에서 제일 커 보이던 시절, 나는 미술 시간을 좋아했다. 내가 상상하는 게 모두 정답이 될 수 있었던 유일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나는 구름의 모양을 보고 3초 만에 다양한 동물과 사물을 곧잘 떠올렸고 아무 음악을 듣고도 쉽게 연상되는 그림을 그려낼 수 있었다. 

​상상을 찍는 사람, 에릭 요한슨은 스웨덴 출신의 사진작가이다. 그는 단순히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이미지와 이미지를 합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머릿속에서만 펼쳐지는 세상을 카메라로 담고 새로이 조합한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이미지로 이 세상에 필요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하고 귀여운 발상으로 퍽퍽한 일상의 위트를 더하기도 하는 에릭 요한슨의 작품. 그의 우주가 담긴 작품 속으로 함께 떠나보자.

에릭요한슨 사진전

전시는 63아트에서 진행한다. 지하 1층에 위치한 매표소에서 발권 후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전시관으로 올라가면 된다. KKday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예약 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자세한 가격과 예매 방법은 뒤에 소개하겠다.

에릭요한슨 사진전

‘Welcome to my world!’ 새파란 배경색 때문일까 단순히 환영을 뜻하는 문장을 소리 내어 읽어보았을 뿐인데 들어본 적도 없는 작가의 명랑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본 전시는 ‘큐피커‘라는 앱을 통해 유료로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한다. 유료 가이드에는 작품에 담긴 의미와 비하인드스토리를 담아냈다. 깊이 있고 풍성한 전시 관람을 원한다면 함께 해보길 바란다.

에릭요한슨 사진전

첫 번째 섹션은 ‘혼자만의 여행’이다. ‘여행’이라 하면 보편적으로 누군가와 함께 하는 그림이 떠오를 테지만 작가는 여행을 떠나는 나에게 집중한다. 

에릭요한슨 사진전

‘혼자’라는 단어를 곱씹다 보면 자연스레 ‘자유’가 떠오른다. 일분일초 온전히 나만의 선택들로 이뤄지는 시간들. 하지만 간섭이나 상의가 필요 없는 자유에는 때로 이유 모를 불안함이 동반한다. 

에릭요한슨 사진전

사진 속 남자는 누구보다 호기로운 걸음걸이로 여행에 나섰지만 앞으로의 그를 책임질 수 있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믿을 구석 하나 없는 풍선뿐이다. 그는 행복한 여행을 했을까? 아니, 그런 여행을 시작이나 할 수 있었을까? 자유라는 단어를 다양한 시각으로 곱씹어 볼 수 있었던 작품, ‘믿음의 도약’이다. 

에릭요한슨 사진전

전시관 곳곳에는 작품에 등장한 장면을 재현해둔 공간이 있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희망의 소년을 재현했다. 앙증맞은 사이즈의 캐리어,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 강을 표현한 거울 바닥까지. 사진 속 아이처럼 자세를 잡고 작품과 함께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에릭요한슨 사진전

특정한 단어와 문장으로 이뤄진 답을 따라야만 하는 일도 존재하지만 때로는 스스로 정의하는 문장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도 있다. 두 번째 섹션 ‘내가 보는 세상’은 그런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관찰하기 좋은 작품들로 구성했다.

에릭요한슨 사진전

나만 아는 내 모습은 제발 누군가 알아줬으면 하다가도 영영 감추고 싶기 마련이다. 완벽하게 표정을 숨긴 사진 속 여자의 속에는 어딘지 외로워 보이는 또 다른 그녀가 존재한다. 여자의 얼굴을 멍하니 들여다보고 있노라 하면 자연스레 내 얼굴이 떠오르던 작품. 주변 어디에도 거울은 없었지만 마치 거울을 보는 듯했다. 

에릭요한슨 사진전

흐린 날이 있어 맑은 날이 빛나는 법이라고도 하지만 날씨에 의해 기분이 쉽게 좌우되는 사람에겐 맑은 하늘이 간절해지는 날도 있다. 그런 염원을 읽어내기라도 한 듯 작품 속 세상에서는 일꾼들이 마치 스티커를 떼었다 붙이듯 손쉽게 세상의 시간과 온도, 습도를 교체하고 있다.

그렇게 꽤 평화로운 마음으로 작품을 감상하던 도중 뒤늦게 ‘은폐’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단어 하나로 갑자기 장르가 바뀌는 기분이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 단 한 장의 사진을 보고도 장르를 넘나드는 상상을 가능케 하는 능력, 작가의 색깔을 발견한 의외의 순간이었다.

에릭요한슨 사진전

작품의 비하인드 신이 궁금한 관람객이라면 주목하자. 전시관의 한편에는 이렇게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글과 사진으로 풀어놓은 공간도 마련돼있다. 제작에 소요되는 시간과 구체적인 방법 등을 확인한 뒤 관람을 이어나갈 수 있어 흥미로웠다.

에릭요한슨 사진전

그날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는 일은 쉽지 않다. ‘기억 미화’라는 표현처럼 나빴던 기억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좋은 추억으로 변하기도 하고, 분명 특별하다 생각했던 날들도 언젠가는 잊히기 때문이다. 꼭 머릿속에도 뜰채나 지우개가 있는 것처럼. 

세 번째 섹션에서는 이러한 ‘추억’을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간다.  

에릭요한슨 사진전

방금까지도 생생했던 그림들이 금세 희미해지는 경험, 모두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빠르게 휘발되는 기억 중 하나인 꿈에서는 평소 상상조차 못했던 일들이 일상처럼 일어난다. 동물들이 말을 걸어오거나 자전거 대신 빗자루를 타고 등교를 하는 일이 전혀 어렵지 않다는 것.

에릭요한슨 사진전

작품 속 자고 있는 아이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전구들은 그런 꿈을 만들어내는 재료처럼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잠에서 깨면 모조리 사라져버릴 비누거품을 닮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꿈이라는 단어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던 작품이었다.

에릭요한슨 사진전

전시에는 작품을 감상하며 발견할 수 있는 흥미로운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작품 속에 사용된 다양한 소품들을 전시관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 전시는 이렇게 중간중간 적극적인 상상을 도울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해, 보다 풍성한 관람을 돕는다.  

에릭요한슨 사진전

다음 섹션으로 넘어가기 전, 재밌는 공간을 만나볼 수 있었다. 바로 프라하에 위치한 에릭 요한슨의 스튜디오를 재현한 공간이다. 안락한 빈백들이 공간의 중앙을 차지하고, 구석의 작은 책상 위엔 스탠드와 지구본이 놓여있다. 스튜디오는 그의 기상천외한 아이디어와는 달리 비교적 심플하고 단정한 매력이 돋보인다.

에릭요한슨 사진전

소개 문구에 따르면 실제로 그의 스튜디오를 방문할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얻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비록 재현된 공간이었지만 특별한 손님이 된 것만 같았다.

에릭요한슨 사진전

전시의 후반부에 다다르면 대형 스크린과 전등이 위치한 ‘스위치 포토월’을 발견할 수 있다. 스위치를 잡아당기면 변화하는 스크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다.

에릭요한슨 사진전

손에 잡히는 별 조각들과 함께 밤을 보내고, 풍선을 날개 삼는 강아지와 산책하는 일. 귀여운 상상이 가득한 에릭의 세계에서 또 다른 주인공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에릭요한슨 사진전

네 번째 섹션은 ‘나만의 공간’이다. 작가는 전시 내내 ‘나’에게 집중하도록 한다. 홀로 떠나는 여행, 나의 시선, 추억을 꺼내보는 시간 등 이 모든 섹션은 동일하게 ‘나’라는 주제를 품고 있다. 이 공간에서는 말 그대로 나만의 생각에 오롯하게 집중해 볼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한다.

에릭요한슨 사진전

누가 업어가도 모를 만큼 깊은 잠에 빠진 여인을 담아낸 작품은 마치 그림 같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작품 역시 연출을 통해 찍어낸 사진이다. 작가가 직접 소품들의 위치와 타이밍을 계산해 완벽한 순간을 담아낸 것.

에릭요한슨 사진전

사진의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면 작품 옆에 마련된 모니터를 통해 비하인드 신을 확인할 수 있다.

에릭요한슨 사진전

마지막 섹션은 ‘미래의 일상’이다. 언젠가부터 미래를 그리거나 계획하는 일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어린 시절엔 10년만 지나도 꽤나 멋진 어른이 되어있을 줄 알았지만 최근엔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마지막 섹션에선 그런 물기 없는 일상에 또렷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으로 구성했다.

에릭요한슨 사진전

작가는 미래의 일상을 떠올리며 화면이 통째로 접히는 스마트폰 대신, 매일 다른 모양의 달을 배달하는 보름달 서비스를 제안한다. 작품은 어제보다 오늘 더 편리한 삶보다는 당연히 누리던 것을 모조리 잃어버렸을 때 벌어지는 삶을 이야기한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의 방식은 역시나 유쾌하고 탁월했지만 작품에 시선을 두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무게가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에릭요한슨 사진전

다섯 번째 섹션을 마지막으로 전시는 막을 내린다. 출구에는 역시나 전시의 하이라이트라면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기념품 숍이 위치해있다. 작품을 프린팅 한 엽서부터 조향사가 그림에 영감을 받아 향으로 제작한 퍼퓸드 샤쉐까지 다양하다. 이곳에서의 기억을 선명하게 간직하고 싶다면 눈여겨볼 것.

에릭요한슨 사진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을 상상하는 건 결코 쓸모없지 않다. 세상의 모든 일이 정확한 계산에 의해 벌어지는 일이 아니듯 삶의 지혜는 뜻밖의 순간에서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진전은 전시 기간인 10월 동안 KKday에서 최저가 13,000원으로 예약할 수 있다. 63빌딩 전망대 입장권이 포함된 상품이니 서울의 전경까지 한눈에 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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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방식으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에릭 요한슨의 작품, 어딘지 환기가 필요한 삶이라면 미루지 말고 방문해 보자.

– 관람시간 : 매일 10:00 – 20:00 (입장마감 19:30)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63로 50
문의 : 1661-1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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