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게으른 시간을 갖고 싶을 때가 있다. 목적 없이 거닐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멍을 때려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 그런 시간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든다면 아마도 쉼이 필요하다는 게 아닐까?

그런 시간이 필요할 때면 나는 안국으로 간다. 어릴 적 안국에서 살았다거나 특별한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니다. 뭐라고 정의 내릴 수 없지만 안국은 알 수 없는 향수를 느끼게 한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듯한 동네의 모습이 감성을 자극하는 걸까? 3년 전부터 이곳에 빠져 쉬고 싶거나 편안함이 필요할 때면 주저 없이 찾곤 했다.

필자는 본인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남보다 자신을 더 모를 때가 더러 있었다. 삶에 있어서 성숙이란 말은 어쩌면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번 글을 쓰면서 내가 어떤 편함을 추구하는지, 어떤 향수에 이끌리는지 정리해 보려고 한다. 글을 읽을 독자에게도 필자가 느낀 편안함이 조금이라도 전해지기를 바라본다. 과거와 현재의 공존이 조화로운 안국, 그곳으로 함께 떠나보자.

안국역 놀거리 BEST 4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안국, 안 궁금해요?

1. 프릳츠 원서점

안국역 놀거리 프릳츠원서점

프릳츠는 나에게 의미가 많은 곳이다. 20대 초반, 카페는 차 마시러 가는 곳이라 생각하던 나에게 공간이 주는 즐거움을 알게 해 줬고, 좋은 곳을 찾아다니는 취미를 갖게 해 준 곳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갔을 적엔 그저 건물과 공간이 좋았다. 관심이 생겨 알아보니 한국 근현대 건축사의 거장 김수근 건축가의 사무소인 [공간]의 사옥이었다. 김수근 건축가는 인간과 공간의 소통에 주목했는데, 그런 철학이 온전히 스며들어 마음마저 시원하게 만든다. 건축에 문외한이었을 당시에도 푹 빠졌던걸 보면 공간이 주는 의미와 가치는 시간이 지나도 크게 변하지 않나 보다.

안국역 놀거리 프릳츠원서점

입구에서부터 고즈넉한 느낌이 마음에 든다. 높게 쌓아올린 갈색 벽돌 건물, 노출 콘크리트와 통유리를 섞은 현대식 건물, 기와와 나무로 된 한옥. 아마 이 세 가지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곳은 흔치 않을 거다. 전혀 어울릴 거 같지 않지만, 한국적인 공간으로 풀어내 어색함 없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3면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높게 벽을 이루고, 하늘은 오픈 되어있어 시원한 개방감을 준다. 동시에 실외지만 적당한 아늑함도 든다.

안국역 놀거리 프릳츠원서점

프릳츠는 사람과 브랜드에 대한 가치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커피와 빵 즉 맛에 대한 브랜드 철학이 확실하다. 프릳츠하면 생각나는 맛을 만들기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다고. 이런 확실한 브랜드 철학은 만들어 낸 결과물에 잘 녹아든다. 이곳에 온다면 혹 배가 조금 부르다 해도 꼭 커피와 빵을 함께 먹어보길 바란다.(밥배, 빵 배 엄연히 다르다.) 필자는 고소한 라떼를 참 좋아한다. 진짜 맛있는 라떼는 받자마자 향을 맡아보면 씁쓸 고소한 참기름 향이 나는데 이곳 라떼가 그렇다. 향부터 고소한 커피와 달달하고 촉촉한 빵을 먹고 있자면 별개 행복인가 싶다.

안국역 놀거리 프릳츠원서점

‘새에게 먹이를 주지 말아 주세요’라는 경고문이 귀엽다. 경고문을 쓸 만큼 새들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경고문이 붙여지기 전 새들이 더 많았는데 접시에 있는 빵을 여럿 훔침 당했다. 고즈넉한 건물과 참새가 잘 어울린다. 새가 목욕하는 모래톱도 있었는데 자그마한 새와 어울려 있으니 어릴 적 봤던 디즈니 영화의 숲속 장면이 생각나는 건 좀 오바일까..? 여하튼 몸도 마음도 편해지는 그런 기분이 전해지면 좋겠다.

– 운영시간 :
월-일 10:00 – 21:00
– 대표메뉴 :
아메리카노 4,400원
카페라떼  4,800원
브리오슈 토스트 1,900원
크루아상 3,000원

2. 계동길

안국역 놀거리 계동길

안국역에서 골목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계동길이 나온다. 걷기 좋은 길로 뜨고 있는 곳인 만큼 초입부터 걷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다. 도시개발 이후 우리나라의 주거형태는 대체로 상권 지역과 주거지역이 나눠지고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서울 도심에선 낮은 건물들이 길게 늘어선 길을 점점 보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계동길은 크지 않은 길가에 양쪽으로 2~3층 높이의 낮은 건물들이 길게 뻗어 있어 거리를 안정감 있고 아름답게 만든다.

안국역 놀거리 계동길

필자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대로변보다 골목길로 가는 걸 좋아한다. 골목길은 시야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다음 장면을 예측하기 어렵다. 그로부터 오는 호기심 때문인지 골목길 코너를 돌 때마다 만나는 새로운 장면은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계동길은 골목여행을 하기에 아주 적당하다. 골목 사이에 크고 작은 상점이 곳곳에 있어 볼거리, 즐길거리가 계속되니 말이다.

안국역 놀거리 계동길

계동길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준공된 지 지긋해 보이는 한국적인 건물과 낮은 상점이 즐비한 이국적인 거리는 오래되고 낡았다는 느낌보다는 클래식한 멋을 보여준다. 걸으면서 지나치는 사람들, 오픈된 상점의 점원 등 여러 사람을 오고 가며 만날 수 있다. 사람 많은 걸 좋아하지 않는데도 이곳에서는 북적거린다기보단 사람 냄새가 난다고 표현하고 싶다. 이런 정겨운 사람 냄새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건지 안국에 오면 이곳을 잠시라도 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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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델픽

안국역 놀거리 델픽

계동길을 걷다 보면 그 안을 예상하기 어려운 건물 하나를 볼 수 있다. 주변과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 한 번쯤 기웃거리게 만드는 이곳은 프리미엄 차 카페, 델픽이다. 델픽은 대표가 어릴 적 살았던 오래된 주택의 골조를 기반으로 업사이클 해 만든 곳이다. 거대한 콘크리트로 감싼 외벽과 화이트, 그레이를 사용한 건물은 감각적이고도 미니멀한 멋을 잘 보여주고 있다. 복잡한 골목길 사이에 있어 심플함이 빛을 발해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건물 자체가 광고가 되니 효과적인 브랜딩이지 않을 수 없다.

안국역 놀거리 델픽

1층엔 갤러리 [뮤지엄헤드], 2층엔 차 카페 [델픽]으로 운영 중이다. 1층 뮤지엄 헤드는 비영리로 운영되고 있는 갤러리다. ‘미술에 광적인 사람’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이름에 맞게, 때마다 신비롭고 다양한 예술품을 선보이고 있다. 뮤지엄헤드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2층 델픽을 만날 수 있다. 편집샵 같은 공간에서부터 기존의 틀을 따르지 않은 독창적인 아이덴티티가 느껴진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인테리어와 큰 창으로 들어오는 난색의 볕은 안정적인 마음을 더해 휴식의 시간을 갖는 데 도움이 된다. 바쁜 일상을 달려왔다면 차분히 차 한잔하며 자연과 계절의 흐름을 느끼는 시간을 가져보자.

안국역 놀거리 델픽

카페라는 어원이 커피에서 왔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흔히 카페는 ‘커피를 파는 곳’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곳에선 커피를 팔지 않는다. 대신 국내외 다양한 곳에서 공수 한 질 좋은 찻잎, 허브로 내려낸 차를 선보인다. ‘ㄷ’ 자로 된 바 테이블에 10개 남짓한 좌석으로, 큰 공간에 비해 좌석수가 굉장히 적다. 심야식당이 생각나는 테이블 배치는 차를 만들어내는 것부터 다기에 담아내는 것까지 모든 순간을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차를 마시는 시간이 ‘마신다’라는 행위가 아닌 차를 즐기는 모든 순간이 ‘차 한 잔의 시간’임을 보여 주는 게 아닐까 싶다.

– 운영시간 :
월-일 11:00 – 20:00
– 대표메뉴 :
시그니쳐 티 9,000원
프리미엄 티 11,000원
흑임자 타르트 7,500원

4. 정독도서관

안국역 놀거리 정독도서관

현 정독도서관 건물은 1938년 경기고등학교의 본관으로 건축되었다. 1977년 학교가 이전하며 현재 정독도서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본 건물은 1900년대 초반 서양에서 유행하던 건축양식을 기반으로 한 일제의 건축 양식으로 만들어졌다. 넓게 펼쳐진 정원과 반복되는 기둥, 잘 정돈된 파사드가 공간을 웅장하고 고즈넉하게 만들어 준다. 서울에서 80년 정도 된 건축물을 보는 건 쉽지 않다. 그 당시 최고급 학교 건축물로 만들어진 공간은 건축사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안국역 놀거리 정독도서관

정독도서관으로 들어가는 길, 낮은 계단이 있다. 이 계단에 앉아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길가에 있는 계단이어서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일 법도 한데, 서로 전혀 개의치 않고 각자의 행복을 즐긴다. 그들은 낭만적으로 시간 보내는 법을 아는 사람들이지 않을까 싶다.

안국역 놀거리 정독도서관

봄철 벚꽃 명소로 유명한 정독도서관은 그 명성에 맞게 나무가 빼곡히 심어져 있다. 나무들은 그늘을 만들고, 놓인 의자는 편히 쉴 자리가 되어 게으른 시간을 갖게 만든다. 덩굴로 된 터널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책을 읽거나 소소한 대화를 하는 잔잔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

안국역 놀거리 정독도서관

잘 정돈된 넓은 잔디밭은 여름 볕을 받아 푸른빛을 담아낸다. 너른 잔디밭에서 어린아이들이 뛰놀기도, 강아지들이 뒹굴기도 한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특별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즐거움을 보고 있다는 건 꽤나 행복한 일인 거 같다. 행복의 기준은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내 즐거움을 본 누군가에게도 작게나마 이 행복이 전해지기를 바라본다.

– 주차가능 :
도서관 이용 시 1시간 무료주차


쉼이 필요할 때 생각나는 장소가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단 뜻이니 말이다. 혹 그런 장소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행복해지는 휴식처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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